버킷 리스트? Thinking







어떤 단어의 어원을 안다는 건 생각보다 많은 지평을 넓혀준다. 언젠가부터 '버킷 리스트'라는 단어를 자주 들을 수 있다. '버킷 리스트'의 의미는 많은 사람들이 잘 알다시피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것의 목록'이며, 모건 프리먼과 잭 니콜슨이 주연한 동명의 영화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부터 우리는 이 단어를 자주, 그리고 생각보다 가볍게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버킷 리스트라는 말은 먹고 살기 바빠서, 혹은 가족을 위해서 등등 쉴새 없이 사느라 진정한 자신의 욕망과 바람에 무관심했던 사람들의 잃어버린 꿈을 의미하는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알고 보면 버킷 리스트는 이렇게 소프트하고 달달한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러운 성질의 단어가 아니다. 사실 '버킷 리스트'의 어원은 중세시대 때 자살하는 사람들이 밧줄을 목에 걸고 올라선 양동이(Bucket) 를 걷어차는 것을 그대로 묘사한 것이다. 어떤 이유로든지 삶을 포기하려고 작정한 사람이 마지막까지 딛고 있던 발을 양동이에서 떼어내려는 그 순간 느낄만한 감정을 어떨지를, 상상력을 통해 만들어낸 단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버킷 리스트는 죽음 직전에 한 인간이 인생 전체를 되짚으며 느끼는 후회와 하지 못한 것들, 혹은 마땅히 했어야 하는 일종의 가상 목록이다. '스카이 다이빙 하기'나, '하루종일 늘어지게 잠자기', '명품관에서 쇼핑하기' 와 같은 것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양동이를 걷어차야 하는 마지막 순간에 떠오를 것들은 아닐 것 같다. 진정한 버킷 리스트는 입 밖으로 쉽게 내뱉기 힘든, 내밀하고 복잡한 종류의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찌 보면 버킷 리스트는 불가능한 꿈을 말하는 다른 표현일지도 모른다. 까놓고 말해 꿈을 포기하는 대부분의 이유는 어떤 한계 때문이다. 그것을 갖거나 경험하기 위해서는 금전적인 여유와 부가 필요하고, 새로운 몸과 정신이 필요하며, 다른 시간과 공간은 물론 나 자신을 구성하고 있는 본성이 바뀌어야 한다. 그것을 극복하고 뛰어넘기란 말처럼 쉽고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것이 그저 회의적인 시선일까. 아니라고 본다. 적어도 버킷 리스트가 품고 있는 소원의 본질들은 그런 것이 적잖다. 수많은 리스트 중에서 그것을 당장 할 수 없는 것들, 그래서 죽기전에 언젠가는 경험해봐야 할 일로 미뤄두는 것은 각자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죽기전에 꼭 하고 싶은 목록은 누구에게나 있다. 문제는 그것의 절실함과 성취를 위한 실제적인 마음가짐이 존재하냐는 것이다. 그리고 죽기 전에 꼭 이루고 싶은 소원은 대부분 죽을 때까지 이루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킷 리스트를 작성해야 한다면 우리는 좀 더 과감하고 용감해져야 할 것이다. 전부를 걸어야 한다면 전부를 걸고서라도 그것을 이룰 수 있다고 혹은 이루겠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렇다면 분명 삶은 바뀔 수 있을 것이다. 그저 삶이 윤택해진다는 낭만적인 사탕발림이 아니라, 삶의 조건과 만나는 사람과 자신의 세계가 모두 바뀌는, 말 그대로 물리적으로 다른 삶을 살게 될 수 있을 것이다.

 





덧글

  • 2014/05/13 13:1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5/13 19:5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shuu 2014/05/15 00:07 # 답글

    버킷리스트란 단어의 어원이 그랬군요! 말씀처럼 무게감이 있는 것 같아요.
  • 9회역전만루홈런 2014/05/15 12:03 #

    shuu님은 어떤 버킷리스트가 있으세요?ㅎㅎ
  • shuu 2014/05/15 23:39 # 답글

    버킷리스트까진 아니지만 꼬옥!!!하고 싶은 것이라면~~~오로라를 꼭 보고 싶어요!!!!!!ㅎㅎㅎ
  • 9회역전만루홈런 2014/05/16 23:46 #

    우와.. 갑자기 오로라공주가 생각남...ㅋㅋㅋ 꼭 이루시길 바랄게요 ^^
  • 세진 2014/05/24 09:52 # 답글

    요새는 이런 꿈이나 미래에 대한 생각도 전혀 나지 않네요. 정말 혼란한 시기를 겪고있나봐요ㅠㅠ 다 부질없단 생각이 들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확신이 이상하게도 다 사라졌네요. 뭐 때문에 이런지는 모르겠지만요. 그 전에는 세상을 너무 몰랐던 채로 꿈을 꿔서 그랬던건가봐요.
  • 2014/05/24 13:55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4/05/24 15:26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좋은꿈 2014/06/19 14:32 # 답글

    이렇게 무거운 의미인지 미처 몰랐어요.. 영화에서 처음 접했고 의미삼아 적어보기도 했었는데:);; 왠지 양동이를 밟고 서있는 절실함가운데 눈을 감으면 뭐가 보일까 상상하게 되네요..
  • 9회역전만루홈런 2014/06/19 22:04 #

    네 맞아요. 생각보다 복잡하고 절실한 구석이 많은 단어더라구요. 그런 상황을 한번쯤 상상해보는 것도 절실하게 내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좀 더 가까이 가는 방법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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