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P4 이후로 더 이상의 순위 결정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이상의 리뷰 작성도 별 의미 없었으므로 쓰지 않고 있었다. 마침내 시즌 3의 우승자가 탄생한다면야 또 모를까. 오늘은 샘김의 무대가 끝나자마자 권진아가 결승에 올라가지 못하고 탈락할 것을 확신했다. 샘김은 누가 봐도 최고점을 받을 수 밖에 없는 무대를 보여줬고, 점수가 거의 같았던 나머지 둘 중 탈락자를 결정해야 한다면 권진아가 버나드 팬들의 문자 융단폭격을 절대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항상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상위권에 제일 먼저 안착했던 권진아였지만 오늘은 오히려 문자투표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희생양이라는 표현에는 어느 정도 어폐가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권진아와 샘 김이 결승에서 맞붙어 샘김이 우승, 권진아가 준우승을 차지하는 모습이 가장 좋은 그림이라고 생각하고 바라는 쪽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케이팝스타 최초의 남자 솔로 우승자가 탄생할 예정이다.
그나저나 TOP 3가 겨루는 자리였는데, 시즌 2 우승자인 악동뮤지션의 데뷔무대가 훨씬( 곱하기 100쯤?) 좋았고 눈에 들어왔던 건 예상 못한 부분이었다. 하긴 YG가 얼마나 공을 들였겠냐만은. 덕분에 TOP 3는 조용히 묻힌 감이 없잖다. '얼음들=어른들' 이란 비슷한 발음을 이용해 차가운 존재라는 의미를 대입한 것도 신선했고, 타이틀 곡 '200%'도 듣자마자 느낌이 바로 온 게 음원차트 공룡이라는 악동뮤지션의 기량을 여지없이 보여줄 것 같다. 기존에 악동뮤지션이 보여줬던 개성적인 측면이라는 점은 차치하고, 아무리 좋은 목소리라도 계속 들으면 질리기 마련인데 수현양의 보컬에선 그런 게 아직까지 전혀 느껴지지 않으니 그저 신기할 뿐이다. 1년 뒤 시즌 3의 우승자도 이만큼 임팩트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방송 시간과 콘텐츠를 위해 참가자들이 서로 혹은 YG, JYP, 안테나뮤직 소속의 뮤지션들과 함께 이루는 콜라보레이션 무대는 오늘 버나드박과 박새별, 페퍼톤스의 무대처럼 하지 않을거면 차라리 안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버나드박은 오히려 안테나뮤직과의 콜라보 무대가 본 무대보다 더 귀에 들어왔을 정도로 완성도 있는 무대였지만, 나머지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무대인가 싶었다. 특히 권진아와 선미의 '24시간이 모자라'는 보는 내내 손발이 가출해 돌아올 줄 몰랐던 4분. 본 무대 하나에만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어설픈 섹시 댄스라니...물 밑에서 어떤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권진아가 추후에 기획사를 선택할 때도 JYP만은 웬만하면 피했으면 한다. 박진영의 아직도 돌아올 줄 모르는, 한편으로는 너무 강한 개인 취향이 중립적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말이다. 바디수트 내지는 옆트임 치마를 입고 흐느적거리며 춤추는 권진아라...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쳐진다.
사실 프로그램의 이름 자체가 '케이팝스타 (K-pop star)'인데 가요가 아닌 팝에 특화된, 그것도 한국 정서와는 동떨어진 환경에서 자란 두 명의 해외교포 출신이 결승전에 올랐다는 사실은 상당히 아이러니하다. 버나드박의 묵직하고 울림 있는 음색, 샘김의 흑인 못지 않은 소울이나 감각적인 기타 리프 또한 너무나 좋아하고 여태 이번 시즌을 꾸준히 보게 된 이유 중에 하나임은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서의 차이 탓인지 샘김과 버나드박이 가요를 선곡했을 때 내가 이들을 높게 평가한 적은 아직 한번도 없었다. 그런 면에서 얼마 전 탈락한 한희준은 오히려 정반대였다. 프로그램의 의의에는 가장 적합한 도전자가 아니었나 싶다. 실력의 우열과 개인적인 호불호를 떠나, 가요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참가자가 '케이팝스타'의 정상에 오른다는 건 많이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지인들과의 카톡방에서 유행하는 글귀를 빌리자면 버나드박도, 권진아도, 샘김도, 짜리몽땅도 이제 겨우 '문 하나 열었을 뿐' 이다. 사실이 그렇다. 지난번 박진영이 탈락자들에게 건넨 위로처럼 몇 년이 지나면, 아니 불과 내년만 되도 이들이 몇 위를 했는지 혹은 어떤 노래를 불렀는지 기억할 사람은 많지 않다.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준우승자들의 행보는 아직 현재진행형인데다 그 중에는 방향을 선회한 이들도 적지 않다. 시즌 3의 참가자들이 특별히 유별난 것도 분명 없을 것이다. 다만 오디션 프로그램의 재미란 이런 것이란 걸 알게 해주고,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음악 듣는 즐거움을 쏠쏠하게 느끼게 해준 참가자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축제는 이제 곧 막을 내리고 사람들의 기억 속으로 희미하게 사라질거다. 그래도 음악은 계속된다.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겠지만, 역시 가장 큰 '스타'는 음악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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