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동네 건축의 정수, 감천동문화마을 About City













< @2013, 8 부산 감천동 >


언제부턴가 부산에 있는 감천동문화마을에 언론의 관심과 여행객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부산 아미동 건너편에 있는 이 산동네는 아미동에서 '까치고갯길'을 넘어가면 금세 다다르는데, 이 고개에는 화장장에서 나온 제물들을 먹으려고 까치들이 많이 모여들어서 까치고개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가까운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두 산동네는 서로 다른 역사성을 간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민들이 키워온 문화도 차이가 난다. 이렇게 작은 산동네들도 각기 다른 역사와 문화의 토양 위에서 다른 색깔의 꽃을 피워냈다는 사실을 생각해본다면 산동네를 그저 '토건과 개발'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질 것이다.

잘 알려져 있듯 감천동은 태극도 마을이라는 다른 이름이 있기도 하다. 지금은 태극도인들이 다른 곳으로 많이 떠나갔고, 타지인들이 이 마을로 이주해옴에 따라 종교적 색채가 옅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1955년 이 마을이 들어선 초창기에는 거의 모든 주민이 태극도인이라고 할 만큼 신앙촌의 성격이 강했다. 1916년 세워진 무극도는 신도 수가 10만 명이 넘을 정도로 번성하다가 조선총독부의 유사종교해산령으로 철퇴를 맞았다. 교세가 크게 위축된 무극도는 해방 이후 다시 포교를 시작했고, 1948년에는 부산 보수동에 본부를 두고 교명을 태극도로 바꿨다. 1955년 태극도인들은 집단으로 감천동으로 이주해 신앙촌을 이루며 살았다.

감천동문화마을에 가면 두 가지 사실에 놀라게 된다. 첫 번째는 아름다운 자연 경관이다. 푸른 천마산이 감천동 산동네를 보듬고, 남쪽에는 파란 바다와 감천항이 펼쳐져 있다. 바다를 낀 부산 산동네에서만 볼 수 있는 장관이다. 두 번째는 60도에 이르는 급경사 지역에 쌓여 있는 주택 군락이다. 이 주택 군락은 건설 중장비도 없던 시절에 오직 사람의 손으로만 만들어진 것이라는데, 신기할 정도로 작은 집들이 빼곡히 쌓여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풍경을 보고 '부산의 산토리니' 라는 별명을 지어줬는데, 직접 가본 입장으로서 솔직히 이 표현이 별로 어울리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감천동문화마을은 차라리 다랭이논에 비유할만하다. 다랭이논이나 산동네 모두 가난한 사람들이 좁은 땅을 억척스럽게 이용하려는 가난과 극복의 미학을 몸소 보여주고 있어서 그렇다.

처음에 이주민들은 좁고 경사진 땅을 다져서 임시 천막을 세워 살다가, 누군가 버린 판자를 재활용해 판잣집을 만들었다. 그러다가 슬레이트집으로 변모했고, 얼마 전 지금과 같은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집의 형태만 바뀐 것이 아니라 이곳에 사는 주민들도 수없이 변화했다. 이런 과정으로 탄생한 감천2동 마을의 계단식 주택 군락은 산동네 사람들이 60여년간 만들어낸 산동네 건축의 미학을 보여줄 뿐 아니라 부산 현대사가 만들어낸 복잡한 역사의 층위를 상징한다. 이 역사의 지층에는 태극도인의 종교사가 숨어 있는 한편, 산업화 시기 부산으로 이주해온 농민들의 역사도 녹아 있다. 농민에서 노동자가 된 이들이 부산의 공장과 부두에서 일을 했던 것은 감천동 산동네가 보금자리 역할을 해주었기에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날의 감천동문화마을은 그런 역사의 지층을 드러내기보다는 다양한 조형물과 벽화 등이 어우러진 부산의 명소로서 많은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이끌고 있다. 쉽지 않은 접근성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무엇보다 다행인 점은, 그로 인해 이 곳 거주민들의 삶이 침범받거나 파괴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덧글

  • shuu 2014/02/21 23:04 # 답글

    와! 재작년 여름에 다녀온 곳인데 전 사실 아무 사전지식이나 조사 없이 그냥 돌아보고 걷고 사진찍고 왔는데 이런 사연이 있는 동네였네요. 마지막 줄에 쓰신 말이 와닿아요! 실제로도 저기 돌아다니면서 마을 주민분들이 친절하게 길도 설명해주시고 길이 얼기설기 얽혀 있어서 본의 아니게 양해를 구하고 집 마당(?)을 관통해 가야할 때도 아주머니께서 웃으시면서 인사 건네주시고 말 걸어주시던 기억이 나네요. 오늘도 좋은 글 잘 읽고 가요.
  • 9회역전만루홈런 2014/02/21 23:16 #

    부산은 참 매력 있는 도시에요. 저도 여러번 가봤지만 부산에서는 한 1년쯤 살아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사실 관광명소라고 해서 가보면,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생각했던 것과는 좀 동떨어진 부분이 있는 경우가 적지 않잖아요. 그리고 너무나 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바람에, 오히려 거주민들이 고통을 받는 경우도 생기고요. 대표적으로 통영 동피랑 마을이 그렇다고 하는데...감천동은 그렇지 않아서 좋았어요. 적당한 수의 관광객과, 동네 거주민들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느낌이었다고 해야 할까? 명소라고 지정해놓고 정작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터'는 느껴보지 못한 채 박제된 느낌을 받는 곳도 있는데, 감천동은 사람들의 삶이 약동하고 있는 듯해서 기분이 좋았네요.
댓글 입력 영역